국민 72%의 오해, "감기에 항생제 효과 있다"...치명적 내성 키운다
primefocus24 | 2025-11-24 | Editor: JGM A.J.C
- 충격적 통계: 최근 질병관리청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 이상(72%)이 감기 치료에 항생제가 도움이 된다고 잘못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심각한 현실: 이러한 오해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항생제 사용량 2위를 기록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며, 심각한 항생제 내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 미래의 위협: 항생제 내성은 단순 치료 실패를 넘어 의료비 증가와 사망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인류 10대 공중보건 위협'으로 지정했다.
최근 발표된 질병관리청의 '항생제 인식 조사' 결과는 충격적인 현실을 드러냈다. 국민 대다수가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 항생제가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이러한 뿌리 깊은 오해가 항생제 오남용을 부추겨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항생제 내성 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국가적 보건 위기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한다.
"감기엔 항생제"…굳어진 오해의 고리
질병관리청이 14세 이상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가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더욱이 58.1%는 항생제를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 모두에 쓰는 약"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이는 감기의 80~90%가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며,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는 전혀 효과가 없다는 의학적 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식이다.
이러한 잘못된 믿음은 실제 의료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사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사에서 89.1%가 항생제 내성 문제를 심각하게 평가하면서도, 20.8%는 불필요한 상황에서 항생제를 처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 가장 큰 이유로 '환자의 강력한 요구'(30.4%)가 꼽혔다. 실제로 국민 4명 중 1명(25.1%)은 의사에게 직접 항생제 처방을 요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잘못된 인식이 불필요한 처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확인되었다.
OECD 2위 항생제 사용국의 그늘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은 대한민국을 '항생제 과용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항생제 사용량은 인구 1000명당 하루 31.8 DID(일일규정용량)로, OECD 회원국 중 튀르키예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OECD 평균인 18.3 DID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항생제 오남용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와 의료계의 노력으로 감기 등 급성 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2002년 73.3%에서 2021년 35.1%로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2023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항목 | 바이러스성 질환 (예: 감기, 독감) | 세균성 질환 (예: 세균성 폐렴, 요로감염) |
|---|---|---|
| 원인균 | 바이러스 (Virus) | 세균 (Bacteria) |
| 항생제 효과 | 효과 없음 | 효과 있음 |
| 주요 치료법 | 증상 완화를 위한 대증요법, 충분한 휴식 | 의사 처방에 따른 항생제 복용 |
다가오는 재앙, '슈퍼박테리아'의 공포
항생제 오남용이 가장 우려되는 이유는 바로 '항생제 내성' 때문이다. 불필요한 항생제 복용은 우리 몸에 내성균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항생제 내성균, 일명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면 기존 항생제로는 치료가 불가능해 간단한 수술이나 감염 질환이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50년에는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한 사망자가 암 사망자를 추월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특히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CRE) 감염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경고 신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CRE 감염증 환자는 지난해보다 30%나 증가했으며, 특히 면역력이 약한 70세 이상 고령층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인식 개선과 실천이 시급하다
정부와 질병관리청은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 주간(매년 11월 18~24일)'을 맞아 대국민 캠페인을 벌이는 등 인식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항생제 남용은 순간! 내성은 평생입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올바른 항생제 사용 수칙을 홍보하고, 의료인을 대상으로는 환자와의 신뢰 기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병원 내 전문 인력이 항생제 처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ASP)' 시범사업을 통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인식 변화와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ditor's Viewpoint
국민 72%가 감기에 항생제가 듣는다고 믿는다는 사실은 단순히 의학 상식의 부재를 넘어, 우리 사회의 건강 문해력(Health Literacy)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한다. "일단 먹고 보자"는 식의 안일한 태도와 "강력하게 요구하면 처방해준다"는 잘못된 경험이 쌓여 OECD 2위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만들었다. 이제는 항생제를 '만병통치약'이 아닌 '최후의 무기'로 인식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의사는 불필요한 처방 요구에 단호히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환자는 의사의 전문적 판단을 신뢰하고 따라야 한다. 항생제 내성이라는 거대한 시한폭탄의 초침을 멈추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공동의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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