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같이 모은 돈, 다 두고 갑니다”…갈곳없는 독거노인 유산 1조 넘은 일본의 그늘

"악착같이 모은 돈, 다 두고 갑니다”…갈곳없는 독거노인 유산 1조 넘은 일본의 그늘

primefocus24 | 2025-12-03 | Editor: JGM A.J.C

일본의 한 빈집. 상속인 없이 사망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남긴 유산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본의 한 빈집. 상속인 없이 사망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남긴 유산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사상 최대 국고 귀속 유산: 일본에서 상속인 없이 사망한 이들의 유산이 국고로 귀속된 금액이 지난해(2024년) 사상 최대인 1,291억 엔(약 1조 2,188억 원)을 기록했다.
  • 고독 사회의 심화: 저출산, 고령화, 비혼 인구 증가로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된 채 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가 비극적인 유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 사회적 대책 마련 시급: '주인 없는 돈'의 증가는 단순한 경제 현상을 넘어 공동체 붕괴의 신호로, 유언장 작성 문화 활성화 및 사회 환원 시스템 구축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평생 악착같이 모았지만 물려줄 곳 없이 남겨진 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상속인이 없어 결국 국고로 귀속되는 사망자의 유산이 지난해 처음으로 1,200억 엔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가족 관계가 해체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개인이 늘어나는 '고독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주인 없는 돈' 1조 2천억 시대…일본의 씁쓸한 현실

일본 NHK 방송이 최고재판소(대법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상속인 부재로 국고에 귀속된 유산 총액은 1,291억 6,374만 엔(약 1조 2,188억 원)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3년의 336억 엔과 비교하면 11년 만에 약 3.8배나 급증한 수치다. 말 그대로 '주인 없는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민법상 사망자의 재산은 배우자, 자녀, 부모, 형제자매 순으로 상속된다. 하지만 법정 상속인이 아무도 없고, 재산을 물려줄 대상을 지정한 유언장조차 없는 경우, 법원이 선임한 '상속재산 청산인'이 장례 비용, 미납 세금 등을 정산한 뒤 남은 재산을 국가에 납입하게 된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국고로 들어오는 돈이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며 일본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왜 유산은 갈 곳을 잃었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 저출산·고령화와 비혼주의 확산에 따른 1인 가구의 폭발적 증가를 꼽는다. 가족의 형태가 변하고 이웃과의 교류마저 희미해지면서 사회적 관계망에서 고립된 노인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2050년에는 65세 이상 1인 가구가 1,08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상속인이 있더라도 그들 역시 고령이라 재산 정리 및 처분 절차를 번거롭게 여겨 상속을 포기하는 '노노(老老) 상속 포기'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국고 귀속 유산 증가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데이터로 보는 일본의 현주소

상속인 없는 유산의 증가는 단순한 체감을 넘어 명확한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국고 귀속 유산액의 변화는 일본 사회의 고립이 얼마나 빠르게 심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연도 국고 귀속 유산액 (억 엔) 전년 대비 증가율
2013년 336 -
2023년 1,015 +32% (전년 대비)
2024년 1,291 +27.2%

자료: 일본 최고재판소, NHK 등 언론 보도 종합

사회적 논의와 해결 과제

갈 곳 없는 유산의 증가는 일본 사회에 큰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에 따라 살아생전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적 상속인이 없더라도 유언장을 통해 신세를 진 지인이나 사회 단체, 공익 법인 등에 재산을 기부하는 '유증(遺贈)' 문화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또한, 지자체 차원에서 독거노인의 사후 처리를 지원하는 '엔딩 서포트' 제도를 도입하거나, 유언장 작성 및 보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재산의 처리 문제를 넘어, 개인이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고 그 유산이 의미 있게 사용될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제와 직결된다.

Editor's Viewpoint

일본의 '1조 2천억 원 유산'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 사회가 곧 마주할 미래의 모습일 수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이는 전통적인 가족 중심의 부양 및 상속 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개인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자신의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공론화하는 것이다. 유언장 작성, 신탁, 사회 환원 등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설계하는 문화를 장려하는 것이 고독 사회의 비극을 막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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