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스포트라이트, 청년과 신혼부부 너머 ‘중년 가장’을 비출 때

정책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청년과 신혼부부를 비추고 있지만, 그 빛이 닿지 않는 그림자 속에 고뇌하는 중년 가장의 실루엣이 드러나 있는 상징적인 이미지

정책의 스포트라이트, 청년과 신혼부부 너머 ‘중년 가장’을 비출 때

정책의 계절.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 시계는 유독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관대하게 맞춰져 있는 듯하다. 연일 쏟아지는 청년 일자리, 주거, 자산 형성 정책들은 미래 세대에 대한 국가적 투자의 중요성을 웅변한다. 신혼부부를 위한 파격적인 대출 지원과 주택 특별공급은 저출산 시대의 절박함이 낳은 필연적 귀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밝게 빛날수록, 그 뒤편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바로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이자, 한 가정의 ‘기둥’인 중년 가장들이다. 그들은 어디에서 정책적 위로와 지원을 찾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단순한 불평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날카로운 외침이다.

청년과 신혼부부, 왜 그들은 정책의 중심에 섰는가?

미래를 향한 투자. 청년 정책은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과 직결된다. 청년 일자리 도약 장려금, 대학생 장학금 확대, 청년도약계좌와 같은 금융 지원은 청년들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고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이는 단기적인 실업 문제 해결을 넘어,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 강화와 사회 안정을 위한 포석이다. 마찬가지로 신혼부부 정책 역시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최우선 순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 주택 구입 및 전세 자금 저리 대출, 신혼희망타운 공급 등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춘 지원책들은 결혼과 출산의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청년과 신혼부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그 명분과 필요성이 뚜렷하다. 하지만 문제는 자원의 분배, 그리고 정책적 관심의 불균형에서 시작된다.

정책의 사각지대, 소외된 4050 중년 가장

'낀 세대'의 비애. 4050세대는 흔히 '낀 세대'로 불린다. 위로는 부모를 부양하고 아래로는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지만, 정작 자신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다수의 4050세대는 청년이나 노년층에 비해 정책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있으며, 특히 일자리와 사회복지 분야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디지털 전환 속에서 조기 퇴직의 압박에 내몰리고, 재취업 시장에서는 나이라는 장벽에 부딪히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통계는 이러한 현실을 더욱 차갑게 증명한다. 고독사 위험군 중 중년 1인 가구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압도적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중추를 담당해왔지만, 정작 개인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희미한 지원의 목소리. 물론 중년 가장을 위한 정책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신중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인생 3모작 기반 구축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고, 중장년 재취업 및 창업 지원, 기술창업센터 운영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중장년내일센터나 서울시의 '서울런 4050' 프로젝트 같은 지자체 단위의 노력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대부분 재취업이나 창업 등 '일자리' 문제에 국한되어 있으며, 중년 가장들이 짊어진 생계, 부양, 주거, 심리적 문제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아우르기에는 역부족이다. 더욱이, 정책이 존재하더라도 복잡한 절차와 정보 접근성의 한계로 인해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스포트라이트를 옮길 시간: 중년 가장을 위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이제는 균형이 필요하다. 청년과 신혼부부에 대한 투자는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가정과 사회의 붕괴를 막는 것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중년 가장의 위기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으로 인식해야 한다.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가 왔다. 단순히 일자리 알선을 넘어, 중년층의 경력을 업그레이드하고 디지털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리스킬링(Reskilling)' 교육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또한, 자녀 교육비와 부모 부양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세제 혜택 확대 및 돌봄 서비스 확충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흩어져 있는 지원책들을 한데 모아 제공하고, 당사자들이 쉽게 접근하여 맞춤형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원스톱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책의 스포트라이트는 이제 청년과 신혼부부를 넘어 그늘에 가려져 있던 중년 가장들에게로 옮겨져야 한다. 그들의 어깨에 놓인 짐을 덜어주고 다시 뛸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를 강화하고 건강한 사회 공동체를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한 세대의 안정은 다른 세대의 희생 위에서 이뤄질 수 없으며, 모든 세대가 조화롭게 상생할 때 비로소 국가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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